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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이 형은 당시 노래하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고향 춘천의 은행에서 우연히 형이 나온 잡지 기사를 보고 무작정 형이 일하던 기독교방송(CBS)에 전화했어요. 노래하고 싶다고. 단번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언더그라운드의 재야’ 싱어송라이터 정형근(69)은 자신이 데뷔한 1979년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데뷔시킨 인물은 기독교방송 라디오 ‘영840’, ‘세븐틴’, ‘꿈과 음악 사이’ 등을 연출하며 김민기, 양희은, 한대수, 이정선, 조동진 등 수많은 포크 가수를 발굴해 데뷔시킨 스타 피디(PD) 김진성이다. 정형근은 “진성 복수동사 이 형 앞에서 자작곡 ‘지상의 노래’와 ‘보리나무’를 불렀다. 노래를 듣던 형이 ‘방송 나와’ 하더라. 그 뒤 형이 연출한 ‘세븐틴’ 공개 방송에 나가게 됐다”고 데뷔 일화를 들려줬다.
김 전 피디는 지난 2023년 5월 암 투병 끝에 별세(향년 86)했다. 정형근은 지난해 12월 고인을 추모하는 앨범 ‘첫사랑’을 내놨다. 평생 자신의 뒷 신용카드대출 바라지를 해온 아내를 위해 만들었던 ‘아내의 빨간 발바닥’ 이후 4년 만으로, 통산 8번째 앨범이다. 앨범에는 ‘겨울딸기’, ‘통기타’, ‘염천교’, ‘김 브러더’, ‘민기형 고마워’ 등 고인과의 사연이 담긴 12곡을 담았다. 커버에는 고인의 젊은 시절 사진을 사용했다.
한때 밴드 드러머로 활동했던 김 전 피디는 방송사에서 엘피(LP)를 제조원가계산서 빌리러 왔을 정도로 방대한 음반을 보유했던 서울 명동 심지다방 디제이(DJ) 출신이다. 여기서 선곡 작업을 하며 미국 포크 음악, 특히 밥 딜런에 매료됐다. 그의 음악적 선구안을 눈여겨본 방송사가 피디로 스카우트했고, 그의 손을 거쳐 수많은 포크 스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형은 항상 통기타로 돌아가라고 하셨어요. 한국 청년문화를 이끌어온 선구자입니다.” dormitory
정형근의 새 앨범 ‘첫사랑’ 커버. 사진 속 인물이 고 김진성 피디다. 박경호 작가 제공
고인은 김민기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아침이슬’이 담긴 김민기의 첫 앨범 제작에 고인이 조언과 지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 카드연체금 다. “둘이 너무 친했어요. 동고동락했던 사이지요. 화투를 칠 때 진성이 형이 홍단을 하면, 민기 형이 청단을 하게 밀어줬을 정도였어요.”
비슷하지만 묘하게 달랐던 두 형을 추억하며 만든 노래가 ‘민기형 고마워’다. 노래는 “민기형 청단/ 진성형 홍단/ 민기형 김치/ 진성형 김치찌개” “민기형 나박김치/ 진성형 동치미/ 민기형 막걸리/ 진성형 조껍데기술”이라고 그들의 취향을 재치 있게 읊는다.
고인의 빈소에 김민기가 찾아온 이야기도 들려줬다. 둘은 한때 호형호제하던 사이였으나 나중에 앨범 발매를 놓고 소송이 붙어 사이가 멀어진 상태였다. 정형근은 “당시 암 투병 중이던 민기 형이 진성이 형 부고를 듣고 상가에 찾아와 소주를 두병이나 마실 정도로 슬퍼했다. 진성이 형 딸의 손을 잡고 ‘네 아버지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이었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진성이 형을 만나고 내가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나에게는 희망이었고 첫사랑 같은 분”이라며 “형 생전에 ‘형을 위한 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완성된 앨범을 듣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토대로 해 고인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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